고난, 자신이 당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약속의 말씀 통해 그분의 선하심 이해하게 돼/
【뉴스제이】 영화 <사바하>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결혼하자마자 남아공으로 가서 선교활동을 열심히 하던 한 신실한 선교사가 어느 무슬림이 쏜 총에 아내와 두 살 난 아들, 갓 태어난 딸을 모두 잃고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는 슬픈 이야기이다. 총을 쐈던 13살 무슬림은 체포된 뒤 범행동기를 묻는 질문에 “인샬라”(inshallah, 이게 다 신의 뜻이다)라고 말했다는 끔찍하고 충격적인 이야기로 되어 있다.
평생을 바쳐 기독교 복음을 전파하고 헌신하는 마음으로 멋지게 잘 살아왔던 무수한 시간들에 대한 주님의 보답은 피붙이들과 동반자의 참혹한 죽음뿐이었다. 이럴 때 그 선교사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가지는 의문이 있다.
‘악과 불의가 가득한 이 세상에서 구별되이 살아가는 선한 이들에게 어떻게 해서 고난과 절망과 죽음이 찾아오는가?’ ‘의인이 복음을 전하다가 핍박 당해 죽을 때 하나님은 도대체 뭘 하고 계셨나?’
하나님이 살아계시지 않는다면 고민할 일이 없겠으나, 그분의 존재를 믿고 있다면 크게 고심하며 의문을 가질 법한 질문이다. 살다 보면 자기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삶이 흘러갈 때가 있다. 원치 않는 질병과 죽음으로 인해 고통스러워 하는 이들도 있다.
내가 전도사 때 같은 유년부에서 교사로 일하셨던 권사님 한 분은 너무도 견디기 힘든 고난을 경험한 장본인이다. 남편 집사님이 세상을 떠나서 성도들과 함께 관을 메고 교회 묘지에 올라가던 중, 소동이 일어났다. 앞서가던 장남이 갑자기 넘어져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야말로 줄초상이 난 것이다. 그 장남은 나와 같은 날 같은 교회에서 시간만 달리 해서 결혼을 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 소식을 들은 나의 충격은 더욱 컸다. 3일 상간으로 남편과 아들을 연속으로 잃은 권사님이 받았을 충격과 상처가 얼마나 컸을지 상상해보라.
그 비극을 겪은 후 적지 않은 세월 동안 혼란스럽고 원망스러운 마음으로 살아왔다는 고백을 들을 수 있었다. 차라리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모르겠으나, 분명 살아계시는 건 알고 있는데 그런 비극에 눈 감으신 점이 너무 고통스럽다고 했다.
수년 전, 위대한 순교자 손양원 목사님이 생전에 애지중지하셨던 막내 따님을 우연히 뵌 적이 있었다. 그 아들이 내 수업을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모님이 되어 있는데, 어린 시절 부친이 순교하신 후 언니와 자신이 오랜 세월 하나님을 믿지 않고 교회에 출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너무 충격적이었다. 순교자의 따님들이 하나님을 버리고 교회를 등졌다니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비로소 그분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두 오빠와 아버지를 비참하게 죽게 내버려두신 하나님이 미웠던 것이었다.
그러다가 내적 치유를 받고 마음을 회복한 후 다시 교회에 나가다가 마침내 목사 사모가 될 수 있었다.
내가 그분들이었어도 그랬으리라 생각할 정도로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고난으로 점철된 비극적 삶을 어린 나이에 경험한 분들이다. 그렇다. 사람은 자신이 당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남의 입장에 서려해도 같은 아픔을 맛보지 않으면 그들을 제대로 위로할 수 없다.
말씀을 읽고 설교를 들으면서 믿음이 많이 자란다. 그런데 설교를 준비하고 준비된 설교를 전하면서 믿음이 더욱 강해지고 빨리 자람을 설교자의 입장에서 절감하고 있다. 설교자 자신이 깨닫고 체험하지 못한 말씀이라면 확신있게 전할 수 없다. 때문에 설교자는 설교 원고 작성과 시연 준비보다 자신이 전하는 말씀과 자신이 일치되기 위해 기도하고 성령님을 의존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물건도 자신이 써 본 사람이 확실하게 판매할 수 있다.
설교자가 전하는 말씀에 성도들이 감동 받거나 변화 받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책과 주석을 통해 얻은 지식과 정보만으로 말씀을 전하려 하기 때문이다. 설교자는 남들에게 말씀을 전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전할 말씀 자체를 자기 스스로 받고 체험해야 한다. 그래야 듣는 자들의 가슴을 울리고 변화를 가져오는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설교자든 성도든 모두가 영의 양식인 하나님의 말씀을 먹어야 산다.
원치 않은 시험과 역경과 같이 하나님의 뜻을 이해할 수 없는 경우들이 많다. 하지만 약속에 신실하신 하나님과 그분의 신실하신 약속의 말씀을 통해서 우리는 그분의 선하심을 이해할 수 있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확실하다면 우리는 어떤 환경 속에서도 불평과 원망과 의심 없이 인내로 하나님의 선하심을 신뢰할 수 있다. 그것만 확실하다면 우리도 바울처럼 어떤 상황 속에서라도 기뻐하고 기도하고 감사할 수 있음을 확신한다.
신성욱 교수 (아신대 설교학 / 한국복음주의 실천신학회 회장 / 전 남가주한아름교회 담임 / 저서로는 『다 빈치 코드가 뭐길래?』, 『성경 먹는 기술』, 『이동원 목사의 설교 세계』, 『김창인 목사의 설교 세계』, 『인문학이 묻고 성경이 답하다』 등이 있다)